반응형 전체 글154 새벽 러닝, 몸과 마음에 기름칠 굳은 몸 깨우기, 새로운 활력의 시작지난 에세이에서 늦깎이 기타 수업이 잊고 지냈던 내면의 감각을 깨우는 섬세한 과정이었다면, '새벽 러닝'은 지치고 굳은 몸과 마음에 직접적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보다 원초적이고도 강력한 자기 돌봄의 행위입니다. 수십 년간 앉아서 생활하는 습관에 길들여진 몸은 이미 오래전부터 삐걱거렸고,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찬 마음은 항상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이런 저의 몸과 마음을 이끌고 차가운 새벽 공기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포근한 이불속의 달콤한 유혹을 떨쳐내고, 뻣뻣하게 굳은 관절과 게으른 마음을 억지로 움직여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비로소 저는 저 자신과의 작은 싸움에서 이겨낸 듯한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 과정 자체가 이미 새로운 하.. 2025. 10. 19. 아버지의 뒷모습, 나의 미래 쓸쓸한 뒷모습, 비치는 나의 미래문득 바라본 아버지의 뒷모습은 언제나처럼 듬직했지만, 동시에 낯선 외로움과 허무함을 품고 있었습니다. 한때는 누구보다 강인했고, 온 가족의 든든한 산이자 버팀목이었던 그 거대한 존재가, 이제는 시간의 무게에 닳아 작아지고 퇴색된 빛바랜 사진처럼 느껴집니다. 흰 서리가 내린 머리칼과 굽어진 어깨, 느릿해진 발걸음. 그 모든 것에서 저는 저의 50대 후반,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의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쉰이라는 나이가 된 지금, 저는 아버지를 존경스러운 부모이기 전에, 마치 '돌봐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아버지의 노년이 결국 나의 노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하려는 저 자신을 발견할 때면, 막연한 불안감과 .. 2025. 10. 18. 오랜 친구, 멈춘 시간을 잇다 직함 너머의 고립감50대 중반, 저는 삶의 한 고개를 넘어섰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장에서는 어느 정도 위치에 올랐고, 가정에서도 책임 있는 가장으로서 역할을 다해왔으니까요.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제 마음 한편에는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를 둘러싼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직장에서의 직함과 역할로 맺어진 '수직적인 연대'였습니다. 상사와 부하 직원, 협력사 관계처럼, 일이라는 거대한 울타리 안에서만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관계들이었습니다. 퇴직이 가까워지거나 부서 이동 등으로 그 직책과 역할이 변화하면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 관계들은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넓다고 생각했던 인간관계의 지평은 순식간에 좁아져 저를 고립시켰고, 저는 홀로 서 있는 듯한 외로.. 2025. 10. 17. 인생 2막, 경험이 자본이다 다가오는 인생 2막, 불안50대 중반에 들어선 우리에게 '인생 2막'이라는 말은 때로는 설렘보다 '불안'이라는 그림자를 먼저 드리웁니다. 수십 년간 가족과 사회를 위해 헌신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정년퇴직이 코앞에 닥친 현실에서 가장 크게 와닿는 것은 다름 아닌 '돈'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노후 자금은 충분한지. 갑작스러운 목돈이 필요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은퇴 후 삶의 질이 지금보다 떨어지지는 않을지 하는 현실적인 고민들은 밤잠을 설치게 할 만큼 우리를 옥죄어 옵니다. 앞서 '품속 사직서' 에세이에서 이야기했듯, 직함이 사라지고 경제적 버팀목마저 흔들릴지 모른다는 생각은 쉬이 떨쳐내기 힘든 무게입니다. 우리는 은퇴 후의 삶이 결코 '덤'이 아니라, 더욱 능동적으로 계획하고 채워나가야 할 소중한.. 2025. 10. 16. 사직서를 품고 사는 마음 25년, 출근길의 사직서버스 정류장에서 25년 동안 매일 아침 7시 40분에 버스를 기다리던 그 습관적인 발걸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희뿌연 새벽 공기를 가르며 서 있던 그 익숙한 자리. 그 세월만큼이나 수십 년간 몸담은 이 직장이 이제는 마치 등에 메인 무거운 짐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 안, 멍한 눈으로 차창 밖을 보노라면 한숨이 저절로 나옵니다. 겉으로는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사실 제 양복 안주머니에는 늘 손때 묻은 '사직서' 한 장이 고이 접혀 있습니다.이 사직서는 결코 무책임한 '현실 도피'의 상징이 아닙니다. 오히려 숨 막히는 직장 내 갈등. 끝없이 반복되는 업무의 권태. 밀려오는 번아웃의 파고 속에서 저를 버티게 해주는 마지막 자존심입니다. 그것은 .. 2025. 10. 15. 직함 너머의 나 직함이 곧 나이던 시절제 삶의 대부분을 채웠던 명함 속 직함은 단순히 소속을 나타내는 것을 넘어, 곧 '나' 자신을 증명하는 강력한 언어였습니다. 회사에서 부여받은 자리와 역할은 저의 정체성이 되었고, 사회적 지위와 능력의 척도이기도 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정해진 시간 버스 정류장에 서서(벌써 25년이나 된 습관이지요), 주어진 임무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상이었습니다. 30대에는 승진이라는 목표를 향해 목말라하며 온 힘을 쏟았고, 그 결과로 얻어진 직함은 제 존재 가치를 확인시켜 주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 자신을 소개할 때도, 가족과의 대화 속에서도, 심지어는 저만의 공간인 '아빠의 방'에 틀어박혀 고독과 마주할 때조차, 저는 무의식적으로 직함이 가진 의미와 .. 2025. 10. 14. 남은 시간은 보너스가 아니다 흘려보내려 했던 시간들쉰이라는 나이, 우리 사회에서는 흔히 인생의 정점을 찍고 이제는 서서히 하산하는 시점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오랜 세월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 50대에 접어들면 남은 삶을 그저 '덤'이나 '보너스'처럼 여기며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하기 쉬웠습니다. '이만하면 충분히 많은 것을 이루었으니, 이제는 더 이상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일종의 안도감처럼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도감 뒤에는 지난 세월의 고단함에 대한 체념, 그리고 어쩌면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은근한 두려움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합니다. 어딘가 모르게 삶의 활력을 잃고 무미건조하게 궤도를 도는 기관차처럼 느껴졌던 제 모습은, 바로 이러한 '보너스' .. 2025. 10. 13. 괜찮아 아빠, 자녀의 선택을 응원하는 법 나의 불안, 자녀의 통제자녀의 삶은 의심할 여지없이 제 삶의 연장선이라 굳게 믿었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이 성공의 나침반이라 생각했고, 제 경험이야말로 그 어떤 시행착오도 줄여줄 지름길이라 여겼지요. 자녀들이 마주할 모든 결정 앞에서 "아빠 말대로 하면 실패는 없어"라고 자신 있게 조언하는 것이 아버지로서 당연한 의무이자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했습니다. 학업의 방향에서부터 진로 선택, 심지어는 작은 습관 하나까지도 저의 시선으로 검열하고 최적의 경로를 제시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 모든 확신에 찬 조언들 뒤에는 사실 "너의 실패를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아버지의 깊은 불안감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세상의 거친 파도를 홀로 헤쳐나갈 자녀들을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저릿했고, 그들의 혹시.. 2025. 10. 12. 아내의 말투 너머, 진심을 보다 배경 소음이 된 아내의 잔소리결혼 후 스무 해를 훌쩍 넘긴 시간, 아내의 '잔소리'는 이제 제 일상 속에서는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때로는 듣지 않아도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배경 소음처럼 익숙한 음률이었습니다. 현관에 벗어둔 양말에 대한 "옷도 좀 제자리에 걸고!" 하는 타박, 밤늦게 들어설 때마다 "또 술이야?" 하며 터져 나오는 한숨 섞인 질책, 주말에도 무심하게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제게 던지는 퉁명스러운 "건강 검진 좀 받아봐!" 같은 말들. 저는 그 잔소리가 그저 저를 향한 간섭이나 불평으로만 들렸고, 지친 일과 후 그저 편히 쉬고 싶은 제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귀찮은 일로만 치부하며 무심하게 흘려듣기 일쑤였습니다. 저만의 '아빠의 방'에 틀어박혀 무언가에 매몰된 채, 아내의 목소리는 제.. 2025. 10. 11. 늦깎이 기타 수업, 멈춘 시간 다시 흐르다 멈춘 일상, 작은 혁명쉰이라는 나이, 제 일상은 정해진 궤도를 도는 기관차처럼 무미건조했습니다. 출퇴근길 버스의 진동과 서류를 넘기는 손끝의 반복만이 제가 느끼는 세상의 전부였죠. 내 안의 활력은 마른 낙엽처럼 바싹 메말랐고, 마치 멈춰버린 오래된 태엽시계처럼 제 박자는 한참 전에 멎은 듯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상의 익숙한 풍경 속에 문득 기타 학원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잊고 지냈던 젊은 날의 뜨거웠던 로망, 먼지 쌓인 추억 한 조각이 문득 빛을 발하며 제 심장을 가볍게 두드렸죠. 50대에 기타 수업을 신청하는 것. 이것은 겉으로는 소박해 보일지 몰라도, 오랫동안 길을 잃은 듯했던 제 자신을 다시 찾아가는, 작지만 용감한 혁명과도 같았습니다. 회사 업무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복잡다.. 2025. 10. 10. 이전 1 2 3 4 5 6 ··· 1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