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352 문을 꼭 닫고 책상 앞에 앉았다 10년 전 나의 이야기 - 4편베란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짙은 어둠이 나는 참 좋았다. 그 어둠은 나의 하여금 깊은 침묵 속에 머물 수 있게 해 주었다. 고요한 바깥세상은 언제나 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서, 그 묵묵함이 내겐 더없이 편안한 위로였는지도 모르겠다. 현관 도어록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다녀왔습니다.""왔어요." 아이들은 가방에 거실에 대충 내려놓고 상 위에 차려진 불판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우와, 삼겹살 구워 먹을 거예요?""왜, 싫어?""아니요, 정말 좋아요!""오랜만에 먹는 거네" 하며 큰아이가 툭 한마디를 던졌다."그러네. 너희들 얼른 화장실 가서 손부터 씻고 와라. 깻잎에 맛있게 싸 먹게 ""네!" "네" 두 아이가 대답하며 나란히 화장실로 들어갔다. .. 2026. 9. 28. 거리의 불빛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0년 전 나의 이야기 - 3편석양을 뒤로한 채 나는 마트 쪽으로 향했다. 저녁 반찬거리도 볼 겸, 좋아진 기분으로 가볍게 마트를 한 바퀴기 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트 안으로 들어서자 저녁 시간대라 그런지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제법 북적이고 있었다. 매장 제일 안쪽으로 걸어가며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혹시 할인하는 상품이 눈에 띄지 않을까 바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라면 가격도 슬쩍 보고, 샴푸며 참치캔 등 집에서 아이들이 자주 찾는 것들 위주로 눈길을 주었다. '오늘 저녁에는 무얼 해 먹을까?' 이런 기분 좋은 고민을 하다 보니, 즐거워진 마음만큼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정육 코너 안쪽까지 들어온 나는 돼지고기 가격표를 한참 동안 바라보며 살까 말까 망설였다. 한참을 그렇게 서성이다 .. 2026. 9. 26. 석양을 보며 활짝 웃었다 10년 전 나의 이야기 - 2편밖으로 나와 걸으면서 나는 행복해진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머리를 자르고 다듬을 생각에 가슴이 더욱 설레었다.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환하게 밝아졌고, 내일의 내 모습도 저 햇살처럼 눈부시게 빛난 것만 같았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미용실 앞이었다. 유리창 너머로 안을 들여다보며 사람이 많은지 적은지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아,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는 대기하는 자리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미용실 사장님과 잘 아는 분이기도 해서 올 때마다 부담이 없고 편해서 좋았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꼬박꼬박 머리를 자르곤 했었다. "요즘 잘 지내고 있죠? 머리 자르신 지가 꽤 된 것 같아요." 다정한 안부 인사.. 2026. 9. 24. 그때의 속 이야기 10년 전 나의 이야기 - 1편문득, 10년이 훌쩍 더 지난 어느 날, 예전에 다니던 직장이 떠올랐다. 그곳에서만 10년 넘게 일했었다. 처음 입사 지원 서류를 제출할 때만 해도 그리 기대하지도 않았다. 컴퓨터 앞에 앉아 여러 곳을 검색하고 지원하는 일 자체가 그저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아내와 사별 한 지도 몇 년을 되지 않았던 때라, 삶은 더욱 지긋지긋하고 버겁게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온종일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가 점점 무능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제출된 곳에 내 서류는 열람조차 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 일상이 지루해질 무렵, 어느새 입버릇처럼 "돈을 벌어야 먹고사는데..." 하고 중얼거리던 습관이 생겨 버렸다. 아내가 .. 2026. 9. 22. 걷다 보니 정리된 생각들 평일 휴일, 모처럼 지나간 추억이 깃든 옛집 앞에서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다시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걷다 보니 어느덧 동네에 끝부분까지 왔다. 이제는 발길을 돌려 아래쪽으로 향해 걸었다. 참 오랜만에 오는 길이었다. 이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면 하천길이 나온다. 평소에는 매일 집 앞 아파트 단지만 맴돌며 여러 바퀴를 돌곤 했다. 오늘은 경치도 보고 운동도 하겠다는 거창한 생각으로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발길이 닿은 김에 하천길로 내려갔다.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고 내가 좋아하는 '오늘은 좋은 날'을 켜고 신나는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노랫말처럼 내 발걸음도 덩달아 경쾌해졌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고, 나도 모르게 설레며 기분이 조금씩 들뜨기 시작했다. 좋은 기운.. 2026. 9. 20. 평일 휴일에서 오는 나만의 감정들 오늘은 연차를 내고 회사에 출근은 하지 않는 날이다. 아침에 늦잠을 자려 부단히 애써봐도, 몸에 깊이 밴 알람처럼 정해진 시간에 어김없이 눈이 떠졌다.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은 더없이 편안한데, 역설적이게도 몸은 피곤했다. 몸에 새겨진 일주일의 무게가 연차 하루의 자유보다 조금 더 무거운 모양이다. 방 안으로 길게 들어온 아침 햇살이 눈을 비추고 가슴까지 스며들며 나를 반겨주었다. 침대 위에서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 부엌으로 향했다. 정수기에서 시원한 물을 한 컵 받아 들이켜니, 그제야 멈춰 있던 하루가 천천히 시작되었다. 다용도실 창문을 여니 조금 차가운 바람이 밀려들어 왔다. 그 공기를 따라 거실을 지나 베란다 창문까지 활짝 열었다. 집 안 가득 아침 공기를 채워두고는 소파에 앉았다. T.. 2026. 9. 18. 상상이 늘 즐겁지만은 않았다 살아오면서 나는 상상을 많이 하며 살았던 것 같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머릿속에 담아 상상으로만 실현하면서, 즐거운 희망을 품었는지도 모른다. 상상이란 말로 하는 거짓말이 아닌, 머리에서 마음으로 전달하는 생각 속의 거짓말일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나만의 일들을 잇는 행위였다. 가끔은 현실에 대해 원망을 하며 살았지만, 머리로는 체념하는 척 거짓된 마음으로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간혹 질문하듯 스스로에게 답을 찾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시간과 여유가 있으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다 생각이었지만, 현실은 나에게 허락된 시간을 자주 주지 않았다. 주려고 하다가도 그 시간을 다시 회수하는 일을 반복했다. 얼마나 더 기다리면 진정으로 내가 원하고 하고자 하는 것들을 세상.. 2026. 9. 16. 고독하면 그리운 것일까 누군가는 고독을 외로움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내게 쓸쓸하냐고 물었다. 또 다른 이들은 그리워 생각이 나서 보고 싶지 않은지 물어본다. 이 모든 말들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것 같다. 타인의 말 중 어느 것도 정답은 없었다. 고독이란 시간이 지나갈수록 처음과는 다르게 변해간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상처에 약을 바르면 치료가 되듯. 보이지 않는 세월의 약이 고독의 흉터를 무뎌지게 만들어 준 것이다. 혼자 지낸 지 참 오래된 지금, 다행히 예전처럼 슬프거나 처량하지도 않다. 하지만 감정이 완전히 메마른 것은 아니어서, 기억할 만한 기념일이 찾아오면 불쑥 몸살을 앓는다. 감기처럼 밀려든 쓸쓸함과 그리움의 열기가 온몸에 가득 차오를 때면, 나는 여전히 괴롭다. 그러나 고독은 습관처럼 살지 말아야 했.. 2026. 9. 14. 저녁이 주는 즐거움은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 행복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출근 시간보다는 한결 경쾌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즐거웠다. 누구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 집으로 향할 것이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도 아침과는 전혀 다른 마음이 되었다. 아침에는 전철이 왜 이리 안 오는지 조바심만 더해졌다면, 지금은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시간 자체가 좋았다. 마침내 역으로 들어오는 전철을 타고 복잡한 사람들 틈으로 들어갔지만 기분은 전혀 나쁜지 않았다. 음악을 듣고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며 이동 시간을 만끽했다. 온전히 나만의 작은 시간을 허비해도 좋을 것 같은 여유가 생겼다. 역들을 지나칠 때만 문득문득 옛 추억도 떠오르곤 했다. 그 추억이 그리움 사람을 소환했고, 혼자 속으로 '그때 그랬.. 2026. 9. 12. 주제도 없는 시간 앞에서 오늘은 한 주에 절반 지나가는 수요일이다. 문득 오래전 자주 듣던 '수요일에 빨간 장미를'이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이 노래는 참 감성적인 곡이었다. 예전에는 비가 오는 날이나 수요일 저녁, 술 한 잔 할 때 듣곤 했다. 때로는 설레는 마음으로 여자친구에게 장미꽃을 건네며 이 노래를 함께 듣기도 했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시간이 스치듯 빨리 지나갔다.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보내고 나니, 어느새 시간 속에 빠져버린 듯 오후가 되어 있었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집중도 하지 못한 채 존재감 없는 유령처럼 앉아 있었다. 화장실 거울을 보다가 내 모습이 왜 이리 초라해 보이는지 헛웃음이 나왔다. 머리는 헝클어졌고 턱에는 수염이 거뭇하게 돋아 있었다. 칫솔에 치약을 듬뿍 묻혀 양치를 했다. 입안을 헹구어 나니 그.. 2026. 9. 10. 이전 1 2 3 4 ··· 36 다음 반응형